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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과정

1. 선박 건조 공정(약 30분)

강재 입고 → 절단 → 소조립 → 대조립 → 탑재 → 진수 → 시운전 → 인도의 흐름을 배웁니다.

조선소는 "배"를 만들지 않고 "블록"을 만듭니다

입사 첫날 도크를 보면 배 한 척이 통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조선소가 하루 종일 만드는 건 배가 아니라 블록(Block) 이라는 덩어리입니다. 배는 그 덩어리를 도크에서 쌓아 올린 결과예요.

이걸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지금 붙이고 있는 이 철판이 나중에 어디에 올라가는지를 알아야, 왜 여기서 3mm 오차가 도크에서 30mm가 되는지, 왜 이 배관을 지금 미리 넣어야 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공정 흐름을 모르면 평생 "시키는 것만" 하게 됩니다.

건조 10단계

단계하는 일장소주요 직종
1. 설계기본설계 → 상세설계 → 생산설계(현장 작업도)설계동설계, 생산기술
2. 강재 입고·전처리후판 입고, 쇼트블라스팅(녹 제거) + 프라이머 도장자재장자재, 전처리
3. 절단(가공)NC 가스절단·플라즈마 절단, 마킹, 곡직·벤딩(곡면 성형)가공공장절단, 곡가공
4. 소조립판재 + 보강재(론지, 웹)를 소형 부재로 용접소조립장용접, 취부
5. 대조립소조립품을 모아 평블록·곡블록으로대조립장용접, 취부, 사상
6. 블록(선행의장·도장)블록 상태에서 배관·전선관·사다리·거치대를 미리 설치, 도장의장공장, 도장공장배관, 전장, 도장
7. 탑재(도크)골리앗 크레인으로 블록을 도크에 올려 접합도크탑재, 용접, 계측
8. 진수도크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안벽으로 이동도크 → 안벽진수반, 예인
9. 안벽 의장·시운전엔진·기자재 설치, 계선 시운전 → 해상 시운전안벽, 해상기관, 전장, 시운전
10. 인도선급·선주 최종 검사, 명명식, 선주 인도안벽품질, 영업, 전 부서

PE(Pre-Erection) 단계를 따로 두는 조선소도 많아요. 도크에 넣기 전에 블록 몇 개를 지상에서 미리 합쳐 메가블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블록 공법이 만든 것 — 도크 회전율

블록 공법의 핵심은 "나눠서 만든다"가 아니라 "도크를 최대한 짧게 쓴다" 입니다. 도크는 조선소에서 가장 비싼 자산이고, 도크가 비어 있는 날은 배를 못 파는 날이에요.

도크 1기, 연간 가동 330일 기준 (계산 예시)

1척당 도크 점유 90일  →  330 ÷ 90 ≈ 연 3.7척
(같은 블록 마지막 줄도 함께 수정: '도크 점유일을 30일 줄이면 같은 설비로 연 1.8척(3.7→5.5척)을 더 건조')
1척당 도크 점유 60일  →  330 ÷ 60 = 연 5.5척

도크 점유일을 30일 줄이면 같은 설비로 연 2척을 더 건조

→ 그래서 배관·전선·계단·도장을 도크가 아니라
   지상 블록 단계에서 최대한 끝냅니다 (선행의장·선행도장)

블록 공법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예요.

  • 하향 자세로 용접할 수 있습니다. 블록을 뒤집어(반전) 놓으면 위보기 용접이 아래보기가 돼요. 용접 품질과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병렬 작업이 됩니다. 선수 블록과 기관실 블록을 서로 다른 공장에서 동시에 만들어요.
  • 지상 작업이 안전합니다. 도크 바닥 20m 위 고소작업으로 할 일을, 땅바닥에서 하면 추락 위험이 사라집니다.

> 거꾸로 말하면, 선행의장을 빠뜨리면 그 일이 전부 도크와 안벽으로 넘어갑니다. 좁고 높고 어두운 곳에서, 이미 도장까지 끝난 곳을 다시 뚫으면서요. 조선소에서 "왜 이걸 지금 안 넣었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소가 바뀌면 위험이 바뀝니다

장소작업 성격지배적인 위험
가공·소조립장지상, 반복 작업협착(프레스·롤러), 절단 불티, 소음·분진
대조립장지상, 크레인 상시 이동인양물 낙하, 블록 반전 시 전도
블록 의장·도장블록 내부 진입밀폐공간 질식, 유기용제 중독, 화재
도크(탑재)고소 + 상하 동시작업추락, 낙하물, 여러 업체 혼재작업
안벽(의장)선내 좁은 공간, 배선·배관감전, 밀폐공간, 익수(현측 추락)
해상 시운전항해 중, 기관 가동회전체 협착, 고온 배관 화상, 익수

같은 조선소 안에서도 가공공장의 안전수칙과 도크의 안전수칙은 다릅니다. 부서를 옮기면 안전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이유예요.

거제·울산·부산, 그리고 협력사 구조

  • 거제: 대형 상선·해양플랜트 중심. 사내협력사 비중이 매우 높고, 물량팀 단위로 블록별 작업을 맡습니다.
  • 울산: 상선 + 엔진·기자재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형 야드. 조선기자재 협력사가 인근에 밀집.
  • 부산(영도·강서·감천): 중형선·특수선·수리조선, 그리고 조선해양기자재 업체가 두텁습니다. 밸브·펌프·배관·전장 기자재가 거제·울산으로 올라갑니다.
  • 통영·고성·창원: 블록 전문 제작 협력사. 여기서 만든 블록이 트레일러·바지선으로 대형 야드에 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구조는 이렇습니다.

  • 직영 — 조선소 정직원. 공정 관리, 검사, 핵심 공정.
  • 사내협력사 — 조선소 안에서 상주하며 공정을 맡는 협력업체. 현장 인원의 큰 부분.
  • 물량팀 — 특정 물량을 단기로 맡는 팀 단위. 이동이 잦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 용접·취부·도장·사상 공정에 다수. 안전 지시가 말로만 전달되면 사고가 납니다. 신호수, 밀폐공간 감시인은 반드시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으로 지정해야 해요.

> 한 블록 위에서 서로 다른 3~4개 회사가 동시에 일하는 게 조선소의 일상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뭘 하는지 모르고 아래서 일하는 것" 이 가장 흔한 사고 조건이에요. 작업 전 협의체와 TBM(작업 전 회의)이 형식이 아닌 이유입니다.

첫 주에 외울 용어

현장 용어뜻
블록선체를 나눈 조립 단위
탑재(Erection)도크에서 블록을 쌓아 붙이는 것
족장조선소에서 부르는 비계·작업발판
취부(Fit-up)용접 전에 부재를 맞춰 가붙임하는 작업
사상(Grinding)용접부·절단면을 그라인더로 다듬는 것
의장(Outfitting)배관·전장·기계·거주구 설치 작업 전반
안벽(Quay)진수 후 배를 대고 나머지 작업을 하는 부두
가스프리(Gas-free)탱크 내부에 유해·가연성 가스가 없는 상태
  • 우리 야드의 블록 → 탑재 흐름을 한 장으로 그려봤다
  • 내가 만든 부재가 배의 어느 부위에 들어가는지 확인했다
  • 내 공정 앞뒤 공정 담당자 이름과 연락 방법을 안다

2. 현장 안전(고소·밀폐)(약 30분)

고소작업(안전대, 작업발판), 밀폐공간 작업(산소농도 측정, 환기), 크레인 작업의 안전수칙을 학습합니다.

조선소에서 사람이 다치는 방식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조선소는 다른 제조업보다 사고 유형이 뚜렷해요. 높고, 좁고, 어둡고, 불티가 날리고, 머리 위로 수십 톤이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위험을 걱정할 게 아니라, 반복되는 네 가지를 막는 것이 전부예요.

유형조선소에서의 전형적인 상황
추락블록 상부·족장 단부·개구부(맨홀, 러그 구멍)에서 안전대 미체결
질식밸러스트 탱크·이중저(Double Bottom)에 잔류한 아르곤·CO2, 도장 후 유기용제 증기
화재·폭발도장 직후 밀폐구역에서 용접·사상 → 불티가 유증기에 착화
낙하·협착블록 반전 중 전도, 인양물 하부 통행, 크레인 유도 실수

여기에 감전(젖은 강판 위 용접 홀더 접촉)이 더해집니다. 이 다섯 가지 밖의 사고는 드물어요.

고소작업 — 추락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는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높이 2m 이상에서 작업발판 설치가 곤란하면 추락방호망을, 방호망도 곤란하면 안전대를 착용시킵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순서가 정해져 있어요 — 안전대는 마지막 수단이지, 발판 대신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2m 미만이라도 추락 위험이 있으면 조치 대상입니다.

작업발판(족장)

  • 발판 폭 40cm 이상, 발판재 사이 틈 3cm 이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조). 다만 선박·보트 건조작업에서 선박블록 등에 40cm 발판 설치가 곤란하면 30cm 이상까지 허용됩니다 — '곤란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예외이지, 조선소 기본값이 30cm라는 뜻이 아닙니다
  • 발판은 2개 이상의 지지물에 고정 — 한쪽만 걸쳐두면 밟는 순간 튀어 오릅니다
  • 안전난간: 상부 난간대 90~120cm, 중간 난간대, 발끝막이판 10cm 이상
  • 개구부는 덮개 + 고정 + 표시. 조선소 블록에는 맨홀·러그 구멍·배관 관통구가 널려 있습니다. 덮개를 열었으면 반드시 감시자를 두거나 즉시 복구하세요.

안전대

  • 안전그네식(전신) 을 씁니다. 벨트식은 추락 시 내장 손상·이탈 위험이 커요.
  • 걸이 지점은 가능한 한 높게. 걸이가 낮을수록 자유낙하 거리가 길어지고 충격이 커집니다.
  • 이동 중에도 끊기지 않으려면 죔줄 2개(더블 랜야드) 로 번갈아 체결하거나 수직구명줄·안전블록을 쓰세요.
  • "잠깐이니까"가 가장 흔한 사망 원인입니다. 자재를 옮기려 3초 푼 사이에 떨어집니다.

> 조선소 추락 사고의 다수는 최고 높이가 아니라 족장 단부, 블록 사이 틈, 사다리 상단에서 납니다. 높은 데서가 아니라 경계에서 떨어져요.

밀폐공간 — 질식

밸러스트 탱크, 이중저, 코퍼댐, 화물창, 보이드 스페이스, 체인 로커. 조선소는 밀폐공간 덩어리입니다.

적정공기 기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밀폐공간 작업 전 측정 — 반드시 깊이별로 (상부 / 중간 / 바닥)

  산소(O2)        18% 이상 ~ 23.5% 미만     (정상 대기 20.9%)
  탄산가스(CO2)   1.5% 미만
  황화수소(H2S)   10ppm 미만
  일산화탄소(CO)  30ppm 미만

  화기작업을 병행하면 추가로
  가연성 가스     폭발하한(LEL)의 10% 미만
                  ※ 이 항목은 규칙 제618조 '적정공기' 정의에는 없습니다.
                     안전보건공단 기술지침과 사내 화기작업 허가 기준에서 쓰는 값이에요.

예) 밸러스트 탱크 실측
  맨홀 상부 O2 20.8%  /  탱크 바닥 O2 15.2%
  → 상부만 재고 "정상"으로 판정하면 사망 사고
  → 아르곤·CO2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고입니다

조선소에서 산소가 사라지는 이유

  • TIG 용접의 아르곤, CO2 용접의 탄산가스가 탱크 바닥에 고임
  • 철판의 녹(산화) 이 밀폐된 탱크 안의 산소를 소모 — 며칠 닫아둔 탱크는 그 자체로 위험
  • 도장 후 유기용제 증기가 산소를 밀어냄 + 폭발 분위기 형성
  • 질소 퍼지 후 잔류 N2 — 무색·무취라 들어가는 순간 의식을 잃습니다

반드시 지킬 5가지

  1. 작업 전 측정 + 작업 중 계속 측정. 한 번 재고 끝내면 안 돼요. 용접을 하면 다시 나빠집니다.
  2. 환기를 계속. 송풍기로 신선한 공기를 넣고 반대편으로 빼세요. 산소통으로 환기하는 건 절대 금지(발화·폭발).
  3. 감시인을 밖에 배치. 항상 안을 보고, 항상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감시인이 자리를 뜨면 작업 중단.
  4. 호흡보호구는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 산소 결핍에는 방독마스크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방독마스크는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유해가스만 거르는 물건이에요.
  5. 구조하러 그냥 들어가지 마세요. 밀폐공간 사망자의 상당수가 구조하러 들어간 동료입니다. 공기호흡기 없이 들어가면 두 명이 죽습니다.

> 감시인과 작업자가 말이 안 통하면 감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가는 탱크에는 의사소통이 되는 감시인을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화기작업 — 불티가 만드는 폭발

용접·용단·그라인딩은 전부 화기작업입니다. 조선소에서 화기작업은 허가서(Hot Work Permit) 없이 시작하지 않습니다.

허가서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

  • 작업 위치·시간·작업자, 가스 농도 측정 결과
  • 불티받이포(방화포) 설치 여부, 개구부·틈 막음
  • 소화기·소화수 배치
  • 화재감시자 지정 — 작업 반경 11m 이내에 가연물이 있거나 벽·바닥 개구부로 불티가 떨어질 수 있는 곳에서는 화재감시자를 둡니다. 감시자에게는 확성기, 휴대용 조명, 방연마스크를 지급해야 해요.
  • 작업 종료 후 감시 시간 — 불티는 몇 시간 뒤에 발화합니다. 끝났다고 바로 철수하면 안 됩니다.

조선소에서 실제로 나는 화재

상황왜 위험한가
도장 직후 구역에서 용접유기용제 증기가 폭발 하한을 넘김
상부에서 용단, 하부에 자재·기름불티가 몇 층 아래로 떨어져 발화
블록 내부 배선·보온재 위 그라인딩케이블 피복·보온재 착화, 연기가 탈출로를 막음
산소·아세틸렌 호스 방치호스 손상 누설 → 산소 과잉 분위기, 옷에 배면 스파크로 발화

> 산소로 옷의 먼지를 털지 마세요. 산소가 밴 작업복은 작은 스파크에도 타오릅니다. 조선소에서 실제로 반복되는 화상 사고예요.

중량물 인양 — 낙하·협착

줄걸이 각도가 장력을 결정합니다

화물 2,000kg, 2줄 걸이 — 슬링 사이각에 따른 각 줄의 장력

  사이각   0°  →  1,000kg × 1.00 = 1,000kg
  사이각  60°  →  1,000kg × 1.16 = 1,160kg
  사이각  90°  →  1,000kg × 1.41 = 1,410kg
  사이각 120°  →  1,000kg × 2.00 = 2,000kg

같은 화물인데 각도만 벌리면 장력이 2배가 됩니다.
120°를 넘으면 급격히 커지므로 60° 이하로 거는 것이 원칙.

※ 4줄로 걸어도 실제로는 2줄이 대부분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4줄이니 하중이 1/4이라고 계산하면 안 됩니다.

와이어로프 사용 금지 기준

  • 한 꼬임(스트랜드)에서 끊어진 소선이 10% 이상
  • 지름이 공칭지름의 7%를 초과해 감소
  • 킹크(꼬임), 심한 변형·부식, 열이나 전기충격을 받은 것
  • 이음매가 있는 것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폐기입니다. "아직 쓸 만한데"로 넘기지 마세요.

인양 작업 5원칙

  • 신호수는 한 명만. 여러 명이 손짓하면 크레인 기사가 헷갈립니다.
  • 인양물 하부에 절대 들어가지 않기. 지나가는 것도 안 됩니다.
  • 태그라인(유도로프)으로 유도. 손으로 잡고 돌리면 손가락이 끼입니다.
  • 살짝 들어 멈추고(지면 10~20cm) 균형 확인 후 본 인양.
  • 정격하중 확인. 붐 각도·작업 반경에 따라 들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블록 반전(turn-over) 은 조선소 인양 작업 중 가장 위험합니다.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순간적으로 하중이 한쪽에 쏠려요. 반드시 정해진 반전 절차와 지정된 러그(인양 고리)만 사용하세요.

작업 전 5분, 이것만은

  • 오늘 내 작업 위치의 위와 아래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했다
  • 고소라면 안전대 걸 곳을 미리 정했다 (올라가서 찾지 않는다)
  • 탱크에 들어간다면 측정값을 내 눈으로 봤고, 감시인 이름을 안다
  • 불을 쓴다면 허가서와 방화포, 소화기, 화재감시자가 있다
  • 인양이 있다면 신호수가 누구인지, 통제 구역이 어디인지 안다
  • 대피 경로와 가장 가까운 맨홀·출구를 확인했다

> 조선소 안전은 대부분 작업 전 5분에서 갈립니다. 작업이 시작되면 소음 때문에 말도 안 들리고, 손도 못 놓아요.

경력 과정

1. 선급과 인증(약 30분)

DNV, Lloyd, KR 등 선급 기관의 역할, 선급 규칙, 검사 프로세스를 배웁니다.

조선소는 선주가 아니라 선급의 기준으로 만듭니다

계약서를 쓴 상대는 선주지만, 강재 등급, 용접 사이즈, 검사 비율, 시험 압력을 정하는 건 선급 규칙(Class Rule)이에요. 선급 증서가 없으면 배는 보험에 들 수 없고, 보험이 없으면 항만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즉 선급 승인 = 배가 팔리는 조건입니다.

경력자가 되면 "이게 왜 안 되냐"는 질문의 답이 대부분 선급 규칙과 승인도에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규칙을 모르면 현장 판단이 전부 재작업으로 돌아옵니다.

3중 감시 구조 — 선급·선주감독·기국

주체무엇을 보는가기준
선급(Class)선체 강도, 기관, 안전설비의 기술 기준선급 규칙 + 국제협약
선주 감독(Owner's Supervisor)계약 사양(Spec) 이행, 마감·품질·운항 편의건조계약서·사양서
기국(Flag State)국제협약 준수 → 대개 선급에 대행 위임(RO)SOLAS, MARPOL, 만재흘수선, 톤수

여기에 조선소 QC가 자체 검사를 먼저 합니다. 현장에서 말하는 "3자 입회"는 보통 조선소 QC + 선급 검사원(Surveyor) + 선주 감독이에요.

중요한 구분: 선급은 최저 기준, 선주 사양은 그 위입니다. 선급이 통과시켜도 선주 사양에서 거부될 수 있어요. 반대는 없습니다.

주요 선급과 IACS

선급국가현장에서 만나는 상황
KR (한국선급)한국국적선, 관공선, 중형 조선소, 국내 기자재 형식승인
DNV노르웨이 (2013년 독일 GL과 합병, 2021년 DNV로 사명 환원)유럽 선주, LNG·가스선, 해양
LR (Lloyd's Register)영국유럽·중동 선주
ABS미국미주 선주, 해양플랜트
BV (Bureau Veritas)프랑스유럽·아프리카 선주, 컨테이너선
ClassNK일본일본계 선주, 벌크선
CCS중국중국계 선주

이들 주요 선급은 IACS(국제선급연합) 회원이고, IACS의 공통구조규칙(CSR) 등 통일 규칙을 공유합니다. 한국선급(KR)은 IACS 정회원이에요. 그래서 "어느 선급이냐"보다 "CSR 적용 선종이냐" 가 구조 설계에서 더 큰 변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재 업체 입장에서는 하나 더 중요해요. 선급 형식승인(Type Approval) 이 없는 밸브·펌프·전장품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배에 못 올라갑니다. 부산·김해·창원 기자재 업체가 KR·DNV 형식승인을 여러 개 보유하는 이유입니다.

도면 승인 구조 — 승인도와 생산도

기본설계(Basic)
      │
      ├──→ 승인도(Approval Drawing) ──→ 선급 검토 ──→ Approved
      │                                      ▲
      │            선주 코멘트 ───────────────┘
      ▼
상세설계(Detail)
      │
      ▼
생산설계(Production) ──→ 현장 작업도(Shop Drawing)

핵심 규칙
  선급이 승인한 것은 "승인도"까지입니다.
  현장 작업도는 승인도의 범위 안에서만 자유롭습니다.

현장에서 판재 두께·보강재 간격·용접 사이즈·개구부 위치를
바꾸려 할 때 반드시 먼저 확인할 것:

  이 변경이 승인도 범위 안인가?
    예  → 생산설계 변경으로 처리
    아니오 → 재승인(Revised Approval) 후 시공

  선(先) 시공 후(後) 승인 = 재작업 100%

경력자가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이 지점이에요. "구조적으로 더 튼튼하게 바꿨는데 왜 문제냐"는 통하지 않습니다.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변경은 그 자체로 부적합입니다.

검사 흐름과 입회 포인트

순서검사 항목무엇을 보는가놓치면 생기는 일
1재료 승인선급 승인 제철소의 선급 강재, 밀시트(Mill Sheet)와 실물 스탬프 일치등급 다른 강재 투입 → 블록 통째 폐기
2용접 절차선급 승인 WPS/PQR, 승인 용접재료, 로트 관리전 구간 재시공
3용접사 자격자세·재질·두께별 자격 유효기간무자격자 시공 구간 전수 재검사
4취부·정도 검사갭, 단차, 직각도, 블록 주요 치수탑재 단계에서 누적 오차 폭발
5NDTRT·UT·MT·PT, 규정된 검사 비율과 랜덤 위치불합격 시 검사 비율 확대(패널티)
6밀폐·누설 시험진공박스, 기밀(공기압), 수압, 호스 테스트진수 후 누수 → 재입거
7도장 검사표면 처리 등급, 도막 두께(DFT), 염분 측정재도장, PSPC 요건 미충족
8진수 전 검사선저·타·프로펠러, 밸브 관통부진수 후 접근 불가
9시운전계선 시운전 → 해상 시운전, 주기관·조타·앵커·구명설비인도 지연(지체상금)
10증서 발급선급증서 + SOLAS·MARPOL·만재흘수선·톤수 증서인도 불가

진수 전에 끝내야 할 것이 핵심입니다. 물이 들어오면 선저 외판·타·프로펠러·해수 관통부에 다시 접근하려면 재입거해야 하고, 그 비용은 전부 조선소 몫이에요.

NCR이 나오는 지점과 취항 후 검사

지적(NCR)이 반복되는 다섯 곳

  • 용접사 자격 관리 — 블록 협력사 인원이 바뀌었는데 자격 대장이 안 따라감. 통영·고성 블록 협력사에서 가장 흔한 지적이에요.
  • 랜덤 NDT 위치를 조선소가 고름 — 검사원이 지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재작업(Repair) 이력 미기록 — 같은 부위 반복 보수는 횟수 제한이 있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전부 다시.
  • 도장 전 표면 처리 부족 — 염분·수분·거칠기 미달. 도장 후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통째 재작업.
  • 승인도와 다른 현장 시공 — 앞에서 말한 그 문제.

취항 후 검사 주기 (설계·품질 담당이 알아야 할 것)

검사주기내용
연차검사(Annual)매년 (기준일 ±3개월)전반 상태, 안전설비
중간검사(Intermediate)2~3년차연차보다 상세, 탱크 내부 포함
정기검사(Special)5년전면 정밀 검사, 두께 계측
선저검사(Bottom/Docking)5년 주기 중 2회최소 1회는 입거(Dry-docking)

이 주기가 곧 수리조선 시장의 수요 곡선입니다. 부산 영도·감천의 수리조선소가 이 사이클로 돌아가요. 신조 야드에서 일하더라도, 자기가 만든 구조가 5년마다 사람이 들어가 두께를 재는 대상이라는 걸 알면 접근성 설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집니다.

> 선급 검사원과 다투는 경력자는 오래 못 갑니다. 유능한 경력자는 검사원이 무엇을 볼지 미리 알고 그 순서대로 준비해요. 검사는 통과 여부를 겨루는 시험이 아니라, 재작업 비용을 앞당겨 줄이는 도구입니다.

2. LNG/암모니아 추진선(약 30분)

친환경 선박의 추세, LNG 연료탱크, 이중연료엔진(DFDE)의 기초를 학습합니다.

연료가 바뀌면 용접도, 자격증도 바뀝니다

지금 거제·울산 야드의 수주 잔량은 예전과 성격이 달라요. LNG 운반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암모니아 레디(Ready) 사양이 섞여 들어옵니다. 이건 영업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 이야기예요. 20년 탄소강만 용접해 온 경력자가,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와 9% Ni강 앞에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왜 이런 전환이 강제되는지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규제내용현장에 미치는 영향
황산화물 규제선박 연료유 황함유량 상한 강화스크러버 설치 또는 저황유·LNG 전환
EEXI / CII현존선 에너지효율 지수, 탄소집약도 등급(A~E)등급이 나쁘면 개선 계획 의무 → 개조·감속
IMO 온실가스 전략국제해운 탈탄소 목표신조 발주가 대체연료 사양으로 이동
EU ETS 해운 편입 / FuelEU Maritime유럽 기항 선박에 배출 비용·연료 온실가스 강도 규제유럽 항로 선주가 대체연료를 먼저 요구

즉 선주가 착해서 친환경선을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면 운항 비용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흐름은 되돌아가지 않아요.

연료 3종 비교 — 현장이 알아야 할 것

항목LNG메탄올암모니아
저장 상태-163℃ 액화 (극저온)상온 액체-33℃ 액화 또는 가압
가장 큰 위험저온 화상·저온취성, 증기운, 질식인화점이 낮음, 불꽃이 거의 안 보임, 독성강한 독성, 부식
노출 기준질식성(산소 결핍)흡입·경피 독성국내 노출기준 TWA 25ppm 수준의 독성
탱크 재료9% Ni강, SUS304L, INVAR, Al 합금스테인리스 또는 내부 코팅스테인리스, 이중 격벽
현장 난이도극저온 용접·단열, 최고 난도방폭·누설감지 중심, 상대적 저난도독성 대응 체계가 핵심
특유의 함정누설 시 저온이 강판을 취성 파괴주간에 화염이 안 보여 초기 대응 지연소량 누설로도 작업자 즉시 대피 상황

메탄올이 먼저 확산되는 이유는 상온 액체라 기존 탱크·배관 기술을 크게 안 바꿔도 되기 때문이에요. 대신 인화점이 낮고 불꽃이 잘 안 보여서 누설 감지와 화재 감지 설비가 훨씬 촘촘해야 합니다.

암모니아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배관 기술은 이미 있어요. 문제는 소량 누설에도 즉시 대피가 필요하고, 조선소 안에서 시운전할 때 인근 작업자 전체가 영향권이라는 점입니다. 대피 훈련과 가스 감지 체계가 승패를 가릅니다.

LNG 탱크 형식과 극저온 재료

형식구조주로 쓰이는 곳
멤브레인(Membrane)얇은 금속 박막 + 보냉재를 선체 내벽에 부착 (GTT NO96: INVAR / Mark III: 주름진 스테인리스)대형 LNG 운반선 화물창
Type B독립 탱크 (구형 MOSS, 각형 SPB)일부 운반선, 누설 감시가 쉬움
Type C압력 용기형 원통·이중 실린더연료탱크(FGSS) — 컨테이너선·자동차운반선의 LNG 연료
극저온 재료와 용접 — 탄소강과 무엇이 다른가

  9% Ni 강 (-196℃급)
    → Ni기 용접재료(인코넬계) 사용, 모재보다 용접봉이 훨씬 비쌈
    → 입열 관리가 핵심, 자기불림(아크 블로우) 발생

  SUS304L / 316L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
    → 예열하지 않음 (탄소강과 정반대)
    → 패스간 온도 제한, 입열 과다 시 예민화·부식
    → 이면(백)에 아르곤 백실드 필수 — 안 하면 이면이 산화되어 재작업
    → 탄소강 그라인더·와이어브러시 공용 금지 (철분 오염 → 발청)

  INVAR (36% Ni)
    → 두께 0.7mm 급 박판, 자동 용접
    → GTT 라이선스 보유자만 시공 가능
    → 클린룸 수준의 청정도 관리

여기서 중요한 실무 포인트가 하나 있어요. 극저온·가스 계통 배관은 "청정도"가 품질입니다. 유분, 절삭 칩, 장갑 실밥 하나가 극저온에서 균열 기점이 되거나 밸브를 고착시킵니다. 조립 후 산세·패시베이션·플러싱이 별도 공정으로 잡히는 이유예요.

이중연료엔진(DFDE·ME-GI·X-DF)

이중연료(Dual Fuel) 는 가스와 액체연료를 모두 태울 수 있는 엔진입니다. 가스 공급이 끊겨도 배가 멈추면 안 되니까요.

방식원리특징
DFDE4행정 중속 이중연료 엔진으로 발전 → 전기 모터로 추진배치 자유도 높음, 부하 변동 대응 좋음. LNG 운반선에 다수
ME-GI2행정, 고압 가스 분사, 디젤 사이클메탄 슬립이 적음. 고압 연료가스 공급 설비가 필요
X-DF2행정, 저압 예혼합, 오토 사이클설비가 단순. 저부하에서 메탄 슬립이 상대적으로 큼

메탄 슬립(Methane Slip) 은 태우지 못한 메탄이 그대로 배출되는 현상이에요. 메탄은 온실효과가 CO2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LNG의 탄소 저감 효과를 깎아먹습니다. 규제가 조여올수록 이 항목이 선주 사양에 명시되고 있어요.

현장이 실제로 다루게 되는 주변 설비는 이쪽입니다.

  • FGSS(연료가스 공급 시스템) — 탱크에서 엔진까지 기화·승압
  • GVU(Gas Valve Unit) — 엔진 직전 가스 차단·제어. 방폭 구역 한가운데
  • 이중관(Double-wall pipe) — 가스 배관을 관으로 한 번 더 감싸고 사이 공간을 통풍·감지
  • 벤트 마스트 — 가스를 안전한 높이에서 방출
  • 방폭 구역(Hazardous Zone) 구분 — Zone 0/1/2에 따라 Ex d, Ex e, Ex i 등급 전기기기만 설치 가능. 일반 전등 하나를 잘못 달면 전 구역 부적합입니다.

부울경 현장이 지금 준비할 것

용접사·취부공

  • 스테인리스 TIG(GTAW) 자격 — 백실드, 입열 관리까지 실기로
  • 극저온재(9% Ni) 용접 경험 — 야드 사내 훈련센터 과정 확인
  • 멤브레인 시공은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조선소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야 접근 가능해요
  • 탄소강 공구와 스테인리스 공구 분리 관리 습관

배관·전장

  • 방폭 전기기기 등급 표기 읽기(Ex d IIB T4 등)와 시공 기준
  • 이중관 시공·기밀시험 절차
  • 가스 감지기 설치 위치 기준 — 가스별로 무거운지 가벼운지에 따라 천장인지 바닥인지 달라집니다

안전 담당

  • 질소 퍼지 후 잔류 질소 질식 시나리오를 밀폐공간 절차에 반영
  • 암모니아·메탄올 누설 시 대피 반경과 집결지 재설정
  • 메탄올 화재는 불꽃이 안 보인다는 전제로 감지·대응 훈련

기자재 업체(부산 강서·김해·창원·통영)

  • 저온·가스용 밸브·배관·이중관에 대한 선급 형식승인 확보 여부
  • 극저온 시험·재료 인증을 어디서 받을지 사전 확인

> 흔한 오해 하나. "LNG선이니까 용접이 더 어렵겠지"가 아니라, 탄소강 용접 습관이 그대로 나오면 불합격입니다. 스테인리스를 탄소강처럼 예열하고, 탄소강 브러시로 문지르고, 백실드를 생략하는 순간 전 구간 재작업이에요. 새로 배우는 것보다 기존 습관을 끊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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