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박 건조 공정(약 30분)
강재 입고 → 절단 → 소조립 → 대조립 → 탑재 → 진수 → 시운전 → 인도의 흐름을 배웁니다.
조선소는 "배"를 만들지 않고 "블록"을 만듭니다
입사 첫날 도크를 보면 배 한 척이 통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조선소가 하루 종일 만드는 건 배가 아니라 블록(Block) 이라는 덩어리입니다. 배는 그 덩어리를 도크에서 쌓아 올린 결과예요.
이걸 먼저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내가 지금 붙이고 있는 이 철판이 나중에 어디에 올라가는지를 알아야, 왜 여기서 3mm 오차가 도크에서 30mm가 되는지, 왜 이 배관을 지금 미리 넣어야 하는지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공정 흐름을 모르면 평생 "시키는 것만" 하게 됩니다.
건조 10단계
| 단계 | 하는 일 | 장소 | 주요 직종 |
|---|---|---|---|
| 1. 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 생산설계(현장 작업도) | 설계동 | 설계, 생산기술 |
| 2. 강재 입고·전처리 | 후판 입고, 쇼트블라스팅(녹 제거) + 프라이머 도장 | 자재장 | 자재, 전처리 |
| 3. 절단(가공) | NC 가스절단·플라즈마 절단, 마킹, 곡직·벤딩(곡면 성형) | 가공공장 | 절단, 곡가공 |
| 4. 소조립 | 판재 + 보강재(론지, 웹)를 소형 부재로 용접 | 소조립장 | 용접, 취부 |
| 5. 대조립 | 소조립품을 모아 평블록·곡블록으로 | 대조립장 | 용접, 취부, 사상 |
| 6. 블록(선행의장·도장) | 블록 상태에서 배관·전선관·사다리·거치대를 미리 설치, 도장 | 의장공장, 도장공장 | 배관, 전장, 도장 |
| 7. 탑재(도크) | 골리앗 크레인으로 블록을 도크에 올려 접합 | 도크 | 탑재, 용접, 계측 |
| 8. 진수 | 도크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안벽으로 이동 | 도크 → 안벽 | 진수반, 예인 |
| 9. 안벽 의장·시운전 | 엔진·기자재 설치, 계선 시운전 → 해상 시운전 | 안벽, 해상 | 기관, 전장, 시운전 |
| 10. 인도 | 선급·선주 최종 검사, 명명식, 선주 인도 | 안벽 | 품질, 영업, 전 부서 |
PE(Pre-Erection) 단계를 따로 두는 조선소도 많아요. 도크에 넣기 전에 블록 몇 개를 지상에서 미리 합쳐 메가블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블록 공법이 만든 것 — 도크 회전율
블록 공법의 핵심은 "나눠서 만든다"가 아니라 "도크를 최대한 짧게 쓴다" 입니다. 도크는 조선소에서 가장 비싼 자산이고, 도크가 비어 있는 날은 배를 못 파는 날이에요.
도크 1기, 연간 가동 330일 기준 (계산 예시)
1척당 도크 점유 90일 → 330 ÷ 90 ≈ 연 3.7척
(같은 블록 마지막 줄도 함께 수정: '도크 점유일을 30일 줄이면 같은 설비로 연 1.8척(3.7→5.5척)을 더 건조')
1척당 도크 점유 60일 → 330 ÷ 60 = 연 5.5척
도크 점유일을 30일 줄이면 같은 설비로 연 2척을 더 건조
→ 그래서 배관·전선·계단·도장을 도크가 아니라
지상 블록 단계에서 최대한 끝냅니다 (선행의장·선행도장)블록 공법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예요.
- 하향 자세로 용접할 수 있습니다. 블록을 뒤집어(반전) 놓으면 위보기 용접이 아래보기가 돼요. 용접 품질과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병렬 작업이 됩니다. 선수 블록과 기관실 블록을 서로 다른 공장에서 동시에 만들어요.
- 지상 작업이 안전합니다. 도크 바닥 20m 위 고소작업으로 할 일을, 땅바닥에서 하면 추락 위험이 사라집니다.
> 거꾸로 말하면, 선행의장을 빠뜨리면 그 일이 전부 도크와 안벽으로 넘어갑니다. 좁고 높고 어두운 곳에서, 이미 도장까지 끝난 곳을 다시 뚫으면서요. 조선소에서 "왜 이걸 지금 안 넣었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소가 바뀌면 위험이 바뀝니다
| 장소 | 작업 성격 | 지배적인 위험 |
|---|---|---|
| 가공·소조립장 | 지상, 반복 작업 | 협착(프레스·롤러), 절단 불티, 소음·분진 |
| 대조립장 | 지상, 크레인 상시 이동 | 인양물 낙하, 블록 반전 시 전도 |
| 블록 의장·도장 | 블록 내부 진입 | 밀폐공간 질식, 유기용제 중독, 화재 |
| 도크(탑재) | 고소 + 상하 동시작업 | 추락, 낙하물, 여러 업체 혼재작업 |
| 안벽(의장) | 선내 좁은 공간, 배선·배관 | 감전, 밀폐공간, 익수(현측 추락) |
| 해상 시운전 | 항해 중, 기관 가동 | 회전체 협착, 고온 배관 화상, 익수 |
같은 조선소 안에서도 가공공장의 안전수칙과 도크의 안전수칙은 다릅니다. 부서를 옮기면 안전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이유예요.
거제·울산·부산, 그리고 협력사 구조
- 거제: 대형 상선·해양플랜트 중심. 사내협력사 비중이 매우 높고, 물량팀 단위로 블록별 작업을 맡습니다.
- 울산: 상선 + 엔진·기자재까지 수직 계열화된 대형 야드. 조선기자재 협력사가 인근에 밀집.
- 부산(영도·강서·감천): 중형선·특수선·수리조선, 그리고 조선해양기자재 업체가 두텁습니다. 밸브·펌프·배관·전장 기자재가 거제·울산으로 올라갑니다.
- 통영·고성·창원: 블록 전문 제작 협력사. 여기서 만든 블록이 트레일러·바지선으로 대형 야드에 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구조는 이렇습니다.
- 직영 — 조선소 정직원. 공정 관리, 검사, 핵심 공정.
- 사내협력사 — 조선소 안에서 상주하며 공정을 맡는 협력업체. 현장 인원의 큰 부분.
- 물량팀 — 특정 물량을 단기로 맡는 팀 단위. 이동이 잦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 용접·취부·도장·사상 공정에 다수. 안전 지시가 말로만 전달되면 사고가 납니다. 신호수, 밀폐공간 감시인은 반드시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으로 지정해야 해요.
> 한 블록 위에서 서로 다른 3~4개 회사가 동시에 일하는 게 조선소의 일상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뭘 하는지 모르고 아래서 일하는 것" 이 가장 흔한 사고 조건이에요. 작업 전 협의체와 TBM(작업 전 회의)이 형식이 아닌 이유입니다.
첫 주에 외울 용어
| 현장 용어 | 뜻 |
|---|---|
| 블록 | 선체를 나눈 조립 단위 |
| 탑재(Erection) | 도크에서 블록을 쌓아 붙이는 것 |
| 족장 | 조선소에서 부르는 비계·작업발판 |
| 취부(Fit-up) | 용접 전에 부재를 맞춰 가붙임하는 작업 |
| 사상(Grinding) | 용접부·절단면을 그라인더로 다듬는 것 |
| 의장(Outfitting) | 배관·전장·기계·거주구 설치 작업 전반 |
| 안벽(Quay) | 진수 후 배를 대고 나머지 작업을 하는 부두 |
| 가스프리(Gas-free) | 탱크 내부에 유해·가연성 가스가 없는 상태 |
- 우리 야드의 블록 → 탑재 흐름을 한 장으로 그려봤다
- 내가 만든 부재가 배의 어느 부위에 들어가는지 확인했다
- 내 공정 앞뒤 공정 담당자 이름과 연락 방법을 안다